우선 입사 당시의 상황을 정리해 보자.
1. 9월입사지만 신졸(新卒)취급
2. 나름 포함해서 한국인 7명이 동시 입사 (내년 4월에 입사하는 졸업예정자 8명 포함 15명)
3. 연수는 본사가 있는 후쿠오카
나는 일본 대학교를 나온것도 아니고(1년간의 오키나와 교환유학을 빼고)일본 생활에 그리 잘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적응에 시간이 걸릴것이라 생각했고 우여곡절도 있을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될 문제들이니까. 결국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발생한 문제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비자발급이 아직이었다!!!
외국인의 현지 채용이 처음이고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이 없었다. 라는게 회사의 변명이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 당시 인사담당자들은 지금까지 내 앞에서 고개도 못 든다. 앞 길 창창한 한국 젊은이들을 데려와서는 비자 준비가 아직이라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린가.
당연히 나와 동기들 모두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당황스럽고 화도 많이 났다. 그래도 참기로 했던 이유는 필사적으로 사정을 설명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본은 무비자 3개월 체류가 가능했고(지금은..?) 회사는 우리에게 월급을 지불하고 각종 편의를 약속했다. 하지만 무비자 상태로 일을 하면 불법이었기에 업무시작은 불가능했고 비자 신청기간동안은 각종 사회인 연수가 이어졌다.
심지어 일본어 강의까지 진행했는데 이건 솔직히 기분나빴다.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학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어떻게 일본어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고 현지인과과 같은 조건으로 입사가 가능했겠는가? 뭔가 가르쳐보겠다고 나선 선배 사원이 전혀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가는 동기들의 모습에 머쓱해하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설령 저것이 선의라고 해도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실례다. 나는 일 하러 왔다.
심지어 동기 한 명은 비자결격사유가 발견되어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여러모로 엉망진창인 첫 단추였고, 처음터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기에 남기로 한 이유는 차차 써보도록 하자.
한달 뒤, 비자는 무사히 발급되었고 드디어 시작이라도 해볼 수 있었다.
후쿠오카에서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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